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은 농사를 중심에 놓고 행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와 달등의 일월신에게 풍농을 기원하고 풍흉을 점쳐보거나 풍농을 감사하는 농경의례의 성격이 강하다. 또한 어업과도 관련이 있는데 풍어를 기원하는 것으로서 해신이나 용신등 초월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 존재에 대한 의례인 것이다. 세시풍속은 정월에 집중되어 있지만 매월 한가지씩의 풍속이 들어있는 속절이기 때문에 월령, 시령, 세시라고도 하는데 이는 모두 시간과 계절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세시풍속의 기준이 되는 역법은 음력이지만 춘분, 하지, 추분, 동지와 같은 24절기는 양력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설은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첫날로 원일, 원단, 원정, 세수, 세초, 연두, 연시등으로도 불리고 있으며 모두 한 해의 첫날임을 의미하는 말이다. 또한 몸과 마음을 근신하고 조심하는 날이라는 뜻이다. 한 해가 시작되는 신성한 날이기에 설날부터 근신하고 조심해야 한 해를 무사히 넘길 수 있다는 신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므로 보다 신성한 설을 맞이하기 위해 전날인 섣달그믐에는 집안을 깨끗이 정리하고 밤이 되면 신고 다니던 신발까지도 보이지 않게 숨겨 놓았다. 설날 아침에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조상에게 차례를 올린 뒤 집안 어른에게 세배를 한다. 설날 아침에 먹는 떡국을 세찬이라고 하는데 떡국을 먹어야 나이를 먹는다고 했다. 떡국을 먹고 나서 조상의 산소에 성묘를 하거나 마을 어른과 친지를 찾아가 덕담을 건네며 새해 인사를 나눈다. 설 명절은 정월보름까지 이어지는데 이 기간동안 어른들은 윷놀이를 하고 남자 아이들은 연날리기, 여자 아이들은 널뛰기를 하고 논다. 윷놀이는 네개의 윷가락을 던져 끗수에 따라 말을 움직이는데 한걸음을 도, 두 걸음을 개, 세 걸음을 걸, 네 걸음을 윷, 다섯 걸음을 모라고 한다. 이는 가축의 이름을 딴 것으로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 가축을 소중히 여기던 농경문화에서 비롯된 놀이로 보고 있다. 연날리기는 한 해의 액운을 연에 실어 허공에 날린다는 의미가 있으며, 널뛰기는 행동에 제약을 받던 여성들을 위해 만들어진 놀이라고 한다. 즉 바깥 출입에 제한을 받던 유교시대의 여성들이 담장 옆에 널을 놓고 뛰면서 바깥세상을 내다보기 위해 생겨났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설날에 널을 뛰면 발바닥에 가시가 들지 않는다'. 라거나 '처녀 시절에 널을 뛰지 않으면 시집가서 아기를 낳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었다. 활동에 제약을 받던 옛날 여성들의 운동부족을 해결하는 방편 으로 널뛰기만한 놀이가 없었던 것이다. 정월대보름을 상원이라고도 하는데 1년 365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날이라는 뜻이다. 정월보름을 대보름이라고 하는 것은 추석명절인 팔월 보름보다 우위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달의 움직임을 표준으로 하는 태음력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을 가장 신성한 날로 여겼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에 대한 문헌들을 살펴보면 1년동안 행해지는 민간풍속이 대략 190가지이고, 그중 절반이 넘는 100건 가량이 정월 한달에 집중되어 있다. 대보름날의 풍속은 정월열나흘부터 시작된다. 대보름맞이 전야제 성격으로 열나흘 저녁에는 다섯가지 이상의 잡곡을 섞은 오곡밥에 여러가지 묵은 나물을 무쳐먹을 뿐 비린내 나는 육류나 생선을 먹지 않는데 대보름을 앞두고 몸을 정갈하게 하기 위함이다. 열나흘날 밤에 부잣집에 숨어들어 흙을 파다 자기 집 부뚜막에 바르면 운수가 트인다고 믿었다. 또한 집안에 잡귀가 들지 못하게 등불을 밤새도록 밝혀놓는 풍습이 있다. 대보름말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알밤, 호두, 땅콩등 단단한 열매를 깨물며 '부럼 깨문다' 라고 외치는 것인데 그렇게 해야 그 해 부스럼이 나지 않고 치아가 튼튼해 진다고 한다. 대보름날 아침에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을 부른 다음 '내 더위 사가라' 외치면 그 해 삼복더위를 무사히 넘길 수 있다고 한다. 대보름날 아침에는 흰 쌀로 밥을 지어 김에 싸 먹었는데 복을 싸 먹는다는 뜻이다. 대보름날 아침에 맑은 술을 한 모금씩 마시면 1년 내내 귀가 밝고 좋은 소식을 듣는다고 한다. 보름날에 여러집을 돌며 밥을 얻어먹고 나무를 아홉짐 해오는 풍습인 백가반 먹기는 농사일을 시작하면서 힘을 기르기 위함이다. 풍물패를 앞세우고 가가호호를 돌며 복을 빌어주는 풍습인 지신밟기는 집안에 있는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는 의마가 있다. 이웃 마을과 편을 갈라 짚으로 꼬아 만든 굵은 동아줄을 서로 당기며 화합을 다지는 줄다리기는 마을에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대보름날이 되면 집안의 평안과 운수가 대통하기를 기원하는 안택 고사를 지낸다. 보름날 밤에 대나무나 짚단을 쌓아놓고 소원을 적은 종이와 함께 태우는 풍습인데 불꽃이나 재가 높이 올라가면 마을이 평안하고 풍년이 든다고 한다. 어른들은 대보름을 전후하여 논이나 밭둑에 불을 지르고 아이들은 끈을 매단 깡통에 불을 담아 빙빙 돌리다가 들판에 내던지는 놀이인 쥐불놀이는 들쥐나 병충을 태워 죽인다는 의미가 있다. 삼재막이는 액을 막기 위한 고사로 그 해 삼재가 든 사람은 홍수맥이라는 액풀이를 한다. 삼재는 나이마다 다르지만 9년마다 들어 3년 동안 머무는 것으로 믿는다. 삼재는 출생한 띠와 관련을 짓는데 뱀,닭,소는 돼지,쥐,소해에 삼재가 든다. 대보름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제일 먼저 보는 사람은 운수가 트여 만사형통 한다고 믿었으며 서로 먼저 달 뜨는 모습을 보기 위해 높은 동산에 올라가 달맞이를 한다.
입춘은 봄맞이 의례인데 새봄과 더불어 복을 불러 들이는 뜻으로 대문이나 안방 출입문 위에 입춘대길, 건양다경과 같은 상서로운 내용의 입춘방을 써 붙인다. 또한 보리뿌리를 캐보고 보리농사의 풍흉을 알아보는 농점을 쳤다. 음력 2월 초하루는 바람신인 영등할머니가 내려오는 날이라 하여 농어촌에서는 비와 바람이 적당히 내리기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낸다. 또한 이날은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종이에 향랑각시 속거천리라는 글씨를 써서 서까래에 붙인다. 향랑각시는 노래기를 일컫는 것으로 흙집이나 목조건물에 서식하는 벌레를 쫓기 위한 부적이다. 한식날에는 조상의 묘를 손질하는 날로 되어있다. 또한 더운밥을 먹지 않고 찬밥을 먹는 풍습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개자추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옛날 춘추전국시대의 진나라 태자였던 문공이 조정의 반란으로 나라 밖으로 추방 당할때 개자추라는 충신이 문공을 따라나서 19년 동안이나 보필했다. 그 후 난이 평정되고 개자추가 모시던 문공이 왕이 되었으나 개자추에게 은공을 갚기는 커녕 벼슬마저 거두었다. 그러자 백성들 사이에서 문공을 원망하는 소리가 높아젔고, 개자추는 자기가 있어 문공이 욕먹는다 생각하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속으로 들어가 숨어 지냈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문공이 산속을 헤매며 개자추를 찾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산에 불을 지르면 개자추가 나오리라 생각하고 불을 질렀으나 나오지 않고 타죽었는데 그런일이 있고 난 뒤부터 개자추가 죽은 날을 기려 불을 피우지 않고 찬밥을 먹는 풍습이 생겨 났다고 한다.
음력 3월 3일을 삼짇날이라고 하며 제비가 돌아오고 나비가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삼짇날에 노랑나비나 호랑나비와 같이 색깔이 고운 나비를 먼저 보면 길조이고, 흰나비를 먼저 보면 부모 상을 당한다는 속설이 있다. 또한 삼짇날에 마시는 약수는 몸에 좋다 하여 약수터를 만히 찾아갔는데 진달래 꽃잎으로 화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 24절기의 하나인 곡우를 전후하여 물에 볍씨를 담그기 시작하며, 이날 비가 와야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상가를 다녀오거나 상여를 보면 대문 앞에 불을 피워놓고 연기로 부정을 털어낸 뒤 집에 들어가는 풍습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물에 담가놓은 볍씨가 싹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음력 4월 초파일은 석가모니 탄신일로 불교의 명절이었으나 불교가 정착되면서 민간의명절로 자리 잡았다. 음력 5월 5일이 단오인데 농작물이 한창 자라는 철이므로 쑥떡이나 밀전병같은 계절음식을 마련하여 풍농을 기원하는 으ㅔ례를 행한다. 남자들은 씨름을 하고 여자들은 그네를 타는 풍습이 있으며 농작물이 한창 성장할 때여서 계절음식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낸다. 또한 단오에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고 윤기가 흐른다고 한다. 음력 6월 보름을 유두라고 하는데 이 말은 동류수두목욕의 약자로서 동쪽으로 흐르는 물길이 시작되는 발원지에 가서 목욕을 한다는 뜻이다. 동쪽은 양기가 왕성한 방위이기 떄문에 동쪽으로 흐르는 물의 기운으로 액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초복,중복,말복을 삼복이라 하며 가장 더울 때다. 복날에는 원기를 북돋아 무더위를 이길 수 있는 음식을 먹는데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즐긴다. 일곱 수가 겹치는 음력 7월 7일을 칠석이라 하며 명절로 쳐서 조상의 사당에 햅쌀을 올리는 칠석 차례를 지낸다. 또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우물을 청소한 뒤 우물고사를 지내기도 하고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기리는 날로 별자리를 찾아가며 무병장수를 기원 하기도 한다. 음력 7월 보름날이 백중인데 정월보름, 유월보름, 팔월보름과 더불어 4대 보름명절에 속한다. 원래는 불가의 명절로 우란분절이라 하여 고혼을 위로하는 재를 올리는 것이 민가에 전파되어 돌아가신 조상의 극락왕생을 비는 의식으로 변했다. 이 무렵이면 논매기가 끝나므로 호미를 씻어두는 호미씻기를 하며 마을 사람들이 모여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하는 잔치를 벌인다. 음력 8월 보름인 추석은 한가위 또는 중추절이라고 하며 오곡이 풍성하여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긴다. 추석날 아침에는 햇곡으로 빚은 송편과 각종 음식을 차려놓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 다음 성묘를 하는데 그 전에 조상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한다. 음력 9월 9일로 아홉수가 겹친 날이라서 중구절이라 하며 길한 날로 여겼다. 10월을 상달이라 하여 일년 열두 달 가운데 으뜸가는 달로 쳤다. 특별한 속절은 없지만 농사일이 끝나서 몸이 편할 뿐 아니라 햇곡이 풍성하므로 몸과 마음이 여유로운 달이다. 각 가정에서는 좋은 날을 잡아 고사를 지내고 집안끼리 모여 조상에게 시제를 지낸다. 우리 제사 풍습은 4대조까지는 집에서 기제사로 받들지만 5대조부터는 산소로 옮겨 1년에 한번 문중이 함께 제사를 지내는데 이것이 시제이다.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절기이며 아세라고도 하는데 작은 설날이라는 뜻이다. 이 날 팥죽을 쑤어 성주신이나 조황신등 집에서 위하는 기신에게 올린 다음 대문과 방문 앞에 팥죽을 뿌려 악귀의 출입을 막는다. 붉은 팥으로 동지팥죽을 쑤는 까닭은 붉은 색이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양력을 표준으로 하는 동짓날이 음력으로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라 하고,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듦면 노동지라고 한다. 그리고 중동지와 노동지에는 팥죽을 쑤지만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붉은 팥을 고명으로 얹은 시루떡을 하는데, 애동지에 팥죽을 쑤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속설 때문이다. 동짓날로부터 세번째 미일을 납일이라고 하는데 12월의 속절이다. 조선시대에는 이 날 종묘제례를 행했으며 민가에서는 새를 잡아 구워 먹는 풍습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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